베네치아에서 VR로 구현한 애도의 공간과 미래의 스토리텔링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는 전 세계의 영화 제작자와 관객을 매혹시키는 장으로, 올해 이머시브 경쟁 부문에 진출한 VR 콘텐츠 ‘저녁 8시와 고양이’가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과거 격리 병원과 군사시설로 사용되었던 라차레토 베키오 섬의 베네치아 이머시브 아일랜드에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최민혁 감독과 강승표 프로듀서, 이승무 소장은 이 작품을 통해 애도의 공간을 탐구하며, 관객이 직접 그 여정에 참여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저녁 8시와 고양이’는 이태원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만화가의 일상을 담고 있으며, 이 작품의 제목은 ‘하루 일을 마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고 싶은 시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최 감독은 이 작품이 애도에 대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하며, 애도의 보편성을 고려해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VR 기술을 활용하여 관객은 주인공의 감정을 함께 느끼며, 실제 공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받는다.

작품 속 공간은 주인공의 심정을 반영한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되었으며, 평범한 벽지가 아닌 그리움을 담은 만화 컷들로 장식되어 있다. 이러한 접근은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VR이 단순한 사실성을 넘어 주인공의 감정과 추억을 공간으로 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 감독은 VR 기술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공간을 창출하는 가능성을 강조하며, 이 작품이 애도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AI 기술 또한 이 작품에 활용되어, 관객이 주인공의 창밖 풍경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된다. 이는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고, 그 감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한다. 최 감독은 AI를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닌, 애도에 참여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통로로 보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최민혁 감독, 강승표 팀장, 이승무 소장은 모두 영화 전공자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들로, 이들은 공간 컴퓨팅을 새로운 이야기의 도구로 주목하고 있다. 이승무 소장은 공간 기반의 리얼리티가 르네상스를 지나 2D로 발전했으나, 지금은 다시 새로운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미래 콘텐츠의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내다봤다. 그들은 한국에서 메타버스와 관련된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에 아쉬움을 표하며, 대만과 캐나다와 같은 국가들이 공간 컴퓨팅 분야에서 활발히 발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강 팀장은 한국의 창작자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빠르게 시작했지만, 작품 수가 많지 않다”고 말하며, 보다 나은 제작 환경을 위한 토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베네치아영화제에서 보여준 ‘저녁 8시와 고양이’는 애도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VR과 AI 기술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미래의 스토리텔링을 고민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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